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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고] 개인정보 보호 위한 `창조적 변화` (디지털타임스)
담당자    
등록일 2015-08-10 조회수 3733

 

[디지털타임스, 2015년 8월 10일 22면 게재]

 

개인정보 보호 위한 `창조적 변화`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흔히 21세기를 창조(創造)의 시대라고 한다. '사물인터넷(IoT)' 개념을 창시한 케빈 애슈턴(Kevin Ashton)은 그의 저서 '창조의 탄생'에서 창조는 목적지이며 그 자체로 하찮게 보이는 행동들이 축적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창조는 비범한 도약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매일매일 이루어지는 작은 시도들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조적 시도들은 과학기술 분야만이 아니라 국민적 불안감을 높이는 주민번호 수집 관행 개선에도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해 8월 7일 시행된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는 그간 관행적, 관성적으로 행해왔던 주민번호의 수집 및 이용 습관을 바꿔내기 위한 창조적 선택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새로운 기준을 실천하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미흡했다.

 

주민등록번호는 1968년 도입된 이래 반세기 가까이, 개인에게 부여되는 유일하고 영구불변한 식별번호로 공공 행정과 각종 법률관계에서 개인의 신원확인 수단으로 사용됐다. 사인(私人) 간 거래는 물론, ICT 발전으로 확산되는 전자상거래에도 개인의 식별을 넘어, '신뢰 혹은 신용을 보증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온 측면이 있다.

 

그간 문제의식 없이 관행을 반복해온 안일함 때문이었을까. 수집된 고객의 주민번호에 대한 관리 소홀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수시로 발생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으며,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불법 유통되는 개인정보로 인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가 관행적으로 수집 이용되는 한, 유·노출 사고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주민번호와 이별선언이었다. 2012년 8월 온라인상의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됐다. 그 후 2년 뒤인 2014년 8월 7일에는 오프라인에서도 법령에 근거가 없는 주민번호 수집을 제한함에 따라 주민번호의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민번호도 올 연말까지 대부분 파기되면 관행적으로 수집하던 주민번호와 이별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같은 조치들이 그간 우리 사회가 둔감하다 못해 안일함으로 일관해 온 개인정보 보호 노력에 경종을 울리며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멤버십 포인트 가입 신청서, 입사지원서 등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는 서식에서 주민번호를 기재하도록 하던 난(欄)이 사라졌고, 해외 구입 물품을 신고할 때 제공하던 주민번호가 개인통관번호로 대체되는 등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여러 개인정보들 가운데서도 주민번호는 일단 한 번 유출되면 가장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보다 근원적이고 지속적이며 과감한 보호가 요구된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국가법령센터에 등록된 대한민국 현행법령 약 4500여개에 대해 일제 조사한 결과, 주민번호 처리를 허용하는 개별 법령이 무려 1114개나 됐다. 근거 없이는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전체 법령의 1/4이 아직도 주민번호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관행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 이용해 오던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보다 결연한 조치가 필요하다. 천여 개가 넘는 법령들을 하나하나 '주민번호가 정말 필요한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공공기관 스스로 법정서식과 형식에 녹아 있는 행정편의와 기존 관행을 끊어내는 것이 개인정보가 보다 안전하게 보호되기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각 법령을 담당하고 있는 소관부처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주민번호 수집 금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민번호 미수집 전환을 버거워하는 민간 중소기업들에게 주민번호 대체수단 도입을 위한 현장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이미 수집된 주민번호 파기를 직접 지원하는 등 보다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정책도 늘려나가야 한다.

 

이렇게 정부·공공기관, 민간기업,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기존의 익숙함을 버리려는 작은 변화들을 실천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모두가 안전한 희망의 세상에 보다 가까워져 있을 수 있다. 관습을 바꿔야 세상이 변한다.

 

 


※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810021022518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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